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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으로 만든 코인이 가격을 얻기까지

'도지코인에 투자하고 있다. 다음에 올 큰 물결이라는 기분이 든다.' 2013년 가을, 호주 시드니에서 어도비의 마케팅 담당자로 일하던 잭슨 팔머가 올린 짧은 농담입니다. 도지코인이라는 코인은 그때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없는 코인 이름을 지어내 웃자고 던진 것이었습니다.

무엇을 비웃으려던 걸까요. 당시는 비트코인 가격이 처음으로 1,000달러 선을 넘나들던 때였고, 이름만 바꾼 새 코인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팔머의 농담은 그 투기 풍경을 향한 풍자였습니다.

농담에 반응이 몰리자 그는 재미 삼아 도메인 주소를 사서 간단한 소개 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이 페이지를 미국 오리건주에서 IBM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던 빌리 마커스가 보게 됩니다. 마커스는 팔머에게 연락해 그 코인을 진짜로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죠. 2013년 12월 6일, 도지코인은 정말로 세상에 나왔습니다.

두 사람은 이것이 몇 주짜리 인터넷 장난으로 끝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 코인은 12년 넘게 살아남았습니다. 한때 시가총액이 850억 달러를 넘겼고, 미국 증시에는 이 코인 가격을 따라가는 ETF(상장지수펀드)까지 올라갔습니다. 정작 만든 두 사람은 그 가격의 덕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시바견 한 마리, 그 표정 하나

도지코인의 얼굴이 된 개의 이름은 가보스(Kabosu)입니다. 2005년생으로 추정되는 시바견으로, 일본의 한 번식장이 문을 닫으면서 보호소로 보내졌다가 2008년 유치원 교사 사토 아쓰코에게 입양됐습니다. 이름은 얼굴이 동그랗다고 해서 같은 이름의 감귤류 열매에서 따왔습니다. 평범한 반려견의, 평범한 입양 이야기였습니다.

숲길에 선 시바견
숲속을 산책하는 시바견. 도지 밈의 주인공 가보스와 같은 견종이다.Picography · CC0 · 위키미디어 공용

사토는 반려동물들의 일상을 블로그에 꾸준히 올렸습니다. 그러다 2010년에 올린 사진 한 장이 인터넷에서 발견됩니다. 앞발을 모으고 앉아 눈동자만 옆으로 흘기는, 바로 그 표정이었습니다.

영어권 사용자들은 이 사진 위에 알록달록한 글씨로 어설픈 영어 문구를 얹기 시작했습니다. 개가 머릿속으로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듯한 형식이라 더 웃겼죠. 이 형식에 '도지(Doge)'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밈은 텀블러와 온라인 게시판을 거쳐 2013년 영어권 인터넷 전체로 퍼졌습니다. 그해 가장 유행한 인터넷 농담 가운데 하나로 꼽힐 정도였습니다. 그러니 코인에 이 사진을 쓴 건 치밀한 마케팅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그때 가장 웃긴 그림이었을 뿐입니다.

가보스는 2024년 5월 24일, 일본 지바현에서 열여덟 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평균 수명을 훌쩍 넘긴 긴 생애였습니다. 그 무렵 가보스의 얼굴은 전 세계 거래소 화면에 로고로 걸려 있었지만, 개와 보호자의 삶은 조용한 동네 안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밈이 자산이 되는 동안 원본은 대개 이렇게 뒤에 남습니다.

부고가 알려진 날, 여러 나라의 투자자와 밈 사용자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애도의 글을 남겼습니다. 한 마리 개의 죽음이 전 세계 금융 뉴스에 오른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농담을 코드로 옮기는 데 걸린 시간

마커스가 도지코인을 만든 방식은 간단했습니다. 처음부터 새로 설계하지 않고, 이미 공개돼 있던 다른 코인의 코드를 가져와 손을 봤습니다. 럭키코인과 라이트코인의 구조를 바탕으로 로고와 이름, 발행 조건 정도를 바꾼 것입니다. 가상자산의 설계도는 대부분 공개돼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고, 그래서 몇 시간이면 충분했습니다.

기술 설정에는 뚜렷한 방향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속도입니다. 비트코인은 거래 기록 묶음, 즉 블록 하나를 만드는 데 평균 10분이 걸립니다. 도지코인은 이를 1분으로 잡았습니다.

여기서 잠깐 용어 하나. 거래 기록을 정리하는 작업을 '채굴'이라고 부르고, 이 작업에 참여한 사람에게 새로 만든 코인을 보상으로 줍니다. 이 처리 간격을 짧게 잡으면 송금이 빨리 끝나고, 소액을 자주 주고받기 편해집니다.

이 선택은 도지코인이 무엇이 되려 했는지를 보여 줍니다. 금고에 넣어 두고 10년 뒤를 기다리는 자산이 아니었습니다. 게시판에서 재미있는 글에 고맙다는 뜻으로 몇 개 던져 주는 용돈 같은 코인. 두 사람은 처음부터 딱 그 쓰임새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세상에 나오자마자 상황은 계획과 다르게 흘러갔습니다. 2013년 12월 19일을 전후해 가격이 사흘 사이 300퍼센트 넘게 뛰었습니다. 12월 22일에는 채굴 구조의 허점이 이용되면서 80퍼센트 가까이 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12월 25일 크리스마스, 도지월렛이라는 보관 서비스가 해킹당해 상당한 양의 코인이 빠져나갔습니다. 태어난 지 20일 만에 겪은 일들이었습니다.

일부러 상한을 없앤 코인

비트코인의 가장 유명한 특징은 총 발행량을 2,100만 개로 못 박아 뒀다는 점입니다. 더 찍어 낼 수 없으니 희소하고, 그 희소함이 가치의 근거라는 논리죠.

도지코인은 정반대의 길을 갔습니다. 처음에는 1,000억 개라는 상한을 뒀다가, 2014년 2월 무렵 그 상한을 아예 없애 버렸습니다. 희소성이라는 장치를 스스로 내려놓은 것입니다.

지금 도지코인은 해마다 약 50억 개씩 새로 발행됩니다. 끝이 정해져 있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늘어납니다. 보통의 자산 논리로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설계입니다. 공급이 끝없이 늘어나는 물건의 값이 오를 이유를 찾기란 쉽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두 사람은 이것을 결함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값이 오를 물건을 만들 생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만들려던 건 투자 상품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주고받는 농담의 단위였습니다.

게다가 팁으로 쓰기에는 이쪽이 오히려 편했습니다. 양이 넉넉하면 한 개 값이 싸지고, 싸면 몇 개 주고받는 데 부담이 없습니다. 고맙다는 인사에 쓰는 돈이 아껴 둘 만큼 귀해지면, 인사 자체가 사라집니다. 초창기 도지코인 커뮤니티가 비트코인 쪽을 두고 '너무 심각하다'며 농담 삼아 놀린 것도 이 차이에서 나왔습니다.

문제는 이 설계가 훗날 투기 대상이 됐을 때입니다. 가격이 오른 이유가 희소성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이 값을 밀어 올렸는지 설명해야 합니다. 도지코인의 역사가 흥미로워지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공급으로도 기술로도 설명되지 않는 가격이 실제로 존재했고, 그 가격에 돈을 넣은 사람들도 실제로 있었습니다.

가장 도지코인다웠던 시절

2014년 초의 도지코인 커뮤니티는 지금 돌아보면 조금 이상할 만큼 명랑했습니다. 레딧의 도지코인 게시판에서는 좋은 글에 소액을 던져 주는 문화가 자리 잡았고, 다 같이 돈을 모아 뭔가 해 보자는 제안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가격 이야기보다 모금 이야기가 더 많던 시절이었습니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자메이카 봅슬레이 팀입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땄지만 경비가 모자란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커뮤니티는 모금을 시작해 이틀 만에 3만 6,000달러어치의 도지코인을 모았습니다. 같은 해 케냐에 식수 우물을 짓는 '도지포워터' 모금에서도 3만 달러가 넘는 돈이 모였습니다.

두 모금 모두 특별한 조직이나 재단 없이, 게시판의 익명 사용자들이 조금씩 보내서 만든 금액이었습니다. 액수가 어마어마했던 건 아닙니다. 화제가 된 건 농담으로 만든 돈이 실제로 어딘가에 쓰였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띈 일은 자동차 경주 후원이었습니다. 2014년 3월, 커뮤니티는 6,780만 도지코인, 당시 가치로 약 5만 5,000달러를 모아 나스카 드라이버 조시 와이즈의 경주차를 후원했습니다. 시바견 얼굴과 코인 로고를 두른 이 차는 실제로 트랙을 돌았고, 미국 스포츠 중계 화면에 등장했습니다. 인터넷 농담이 현실의 금속 위에 인쇄된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만든 사람들은 이 무렵 이미 한 발 물러서고 있었습니다. 팔머는 2015년 가상자산 업계를 떠났고, 마커스도 같은 해 갖고 있던 코인을 모두 팔았습니다. 그가 나중에 밝힌 매도 금액은 중고차 한 대 값 정도였습니다.

두 사람은 프로젝트를 다른 개발자들에게 넘겼고, 도지코인은 창시자 없이 굴러가는 코인이 됐습니다. 2021년의 폭등은 그로부터 6년 뒤의 일입니다. 자기가 만든 물건의 값이 수백 배로 뛰는 장면을, 두 사람은 손에 쥔 코인 하나 없이 바깥에서 지켜보게 됩니다.

유명인의 한마디가 가격이 되다

그 뒤 몇 해 동안 도지코인은 조용했습니다. 2018년 1월 7일 무렵 한 개 값이 0.017달러까지 올라 시가총액이 20억 달러 선에 닿은 적이 있었지만, 그게 전부였습니다. 가상자산 시장에서 도지코인은 한물간 농담 취급을 받았습니다.

2018년 하락장을 지나면서는 프로젝트가 조용히 사라질 거라고 보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개발은 자원봉사에 가까운 형태로 느릿느릿 이어졌습니다.

흐름이 바뀐 건 2020년 12월 20일입니다. 일론 머스크가 'Doge'라는 한 단어를 올린 뒤부터였습니다. 그는 이후에도 도지코인을 거듭 언급했고, 스스로를 '도지파더'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2021년 들어 가격은 완전히 다른 궤도로 올라섰습니다. 수천만 명이 지켜보는 계정의 한 단어가 시장의 재료가 되는 구조였습니다.

정점은 2021년 5월 8일이었습니다. 이날 도지코인은 한 개당 0.7376달러까지 올라 사상 최고가를 찍었고, 시가총액은 850억 달러를 넘겼습니다. 이름만 대면 아는 대형 상장회사 상당수보다 큰 값이, 농담으로 시작한 코인에 매겨진 겁니다. 창시자 두 사람이 몇 시간 만에 만들어 놓고 떠난 코드에 그만한 금액이 붙어 있었습니다.

나무 위에 놓인 금색 도지코인 주화
나무 위에 놓인 금도금 도지코인 실물 주화.Cyril Ernst · CC BY-SA 4.0 · 위키미디어 공용

공교롭게도 같은 날 밤, 머스크는 미국 코미디 프로그램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에 출연했습니다. 도지코인이 뭐냐는 질문에 그는 '돈벌이 수단'이라는 농담 섞인 답을 내놨습니다. 생방송이 이어지는 동안 가격은 30퍼센트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사람들이 방송을 보면서 실시간으로 팔고 있었다는 뜻이죠. 자산 가격이 코미디 쇼의 대사에 맞춰 움직인 장면은, 그 자체로 기록해 둘 만한 일이었습니다.

뒷이야기도 있습니다. 2022년 한 투자자가 머스크와 테슬라가 도지코인 가격을 부풀렸다며 거액의 집단소송을 냈습니다. 이 소송은 2024년 8월 미국 연방법원에서 기각됐습니다. 문제가 된 발언들이 투자자가 사실로 받아들일 만한 성격의 진술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리고 2025년, 미국 증시에 도지코인 가격을 따라가는 ETF가 상장됐습니다. 농담으로 시작한 코인이 제도권 금융상품의 옷까지 입게 된 것입니다.

가장 많이 가질 수 있었던 사람들

이 이야기에서 가장 조용하면서도 분명한 대목은 만든 두 사람의 이후 행보입니다. 팔머는 가상자산 업계가 소수에게 부를 몰아주는 구조를 만든다고 비판하며, 돌아갈 뜻이 없다고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마커스는 이미 2015년에 다 팔았다고 공개적으로 말했고, 자신을 '시베토시 나카모토'라는 농담 같은 이름으로 부르며 가격 이야기와 거리를 둬 왔습니다. 가장 많이 가져갈 수 있었던 사람들이, 가장 적게 가져갔습니다.

도지코인은 가격과 내재 가치가 늘 함께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상한을 없애 희소성을 포기한 코인이, 바로 그 희소성을 자랑하는 코인들과 같은 시장에서 수백억 달러의 값을 받았습니다. 시장은 설계도를 읽고 값을 매기기도 하지만, 때로는 지금 몇 명이 이 이야기 안에 함께 있는지를 보고 값을 매깁니다.

서사의 힘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도지코인이 살아남은 이유를 기술에서 찾기는 어렵습니다. 대신 기억하기 쉬운 얼굴, 함께 웃을 농담, 그리고 봅슬레이 팀과 우물과 경주차처럼 자랑할 만한 공동의 추억이 있었습니다. 숫자보다 이야기가 먼저 모이고 돈이 그 뒤를 따르는 순서는, 2013년에도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남의 입에 걸린 가격이 얼마나 위태로운지도 드러났습니다. 어떤 자산의 값이 특정 인물의 말 한마디에 거듭 반응한다면, 그 값을 움직이는 변수는 그 사람의 기분과 일정표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조사해도 알 수 없는 영역이죠. 2021년 5월 8일 생방송 중의 하락은 이 구조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 준 장면이었습니다.

어쩌면 진짜 교훈은 농담으로 시작한 것이 농담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일지도 모릅니다. 투기를 비웃으려고 만든 코인이 결국 투기의 가장 상징적인 대상이 됐습니다. 시장에 한번 올라간 물건은 만든 사람의 뜻과 상관없이 제 길을 갑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은 누구의 의도로 움직이고 있을까. 시바견 한 마리의 곁눈질이 남긴, 여전히 유효한 질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