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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단어의 트윗이 남긴 6년

2018년 8월 7일 낮 12시 48분, 미국 동부 시간. 증시가 한창 돌아가던 그 시각,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자기 트위터 계정에 짧은 두 문장을 올렸습니다. '주당 420달러에 테슬라를 비상장회사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자금은 확보됐다.' 영어 원문으로 아홉 단어. 그 글을 실시간으로 받아 보던 사람은 2,200만 명이 넘었습니다. 회사의 운명을 바꿀 발표가 공시 서류가 아니라 개인 계정의 짧은 글로 먼저 세상에 나온 순간이었습니다.

트윗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오후 1시 15분, 그는 가격이 420달러라고 다시 못 박았습니다. 2시 13분에는 주주들이 420달러에 주식을 팔 수도 있고, 그대로 들고 비상장회사에 함께 남을 수도 있다고 썼습니다. 3시 36분에는 한술 더 떴습니다. 투자자들의 지지는 확인됐고, 아직 확정되지 않은 유일한 이유는 주주총회 표결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죠.

그사이 시장은 들끓었습니다. 주가가 지나치게 가파르게 움직이자 나스닥은 오후 2시 8분경 테슬라 주식 거래를 아예 멈춰 세웠고, 거래는 3시 45분쯤에야 다시 열렸습니다. 그날 종가는 379.57달러. 트윗 직전보다 6.42퍼센트, 전날 종가보다 10.98퍼센트 오른 값이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하루짜리 해프닝 같습니다. 하지만 이 아홉 단어는 그 뒤 6년 동안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제소, 4,000만 달러의 벌금, 이사회 의장직 사퇴, 연방 배심원단의 평결, 그리고 연방대법원의 심리 거부까지. 트윗 한 줄이 끌고 다닌 꼬리치고는 놀랄 만큼 길었습니다.

420달러, 기운 좋은 숫자였을까

사람들의 눈길을 가장 먼저 붙든 건 420이라는 숫자였습니다. SEC가 나중에 법원에 낸 소장에 따르면, 머스크는 당시 주가에 약 20퍼센트의 프리미엄, 즉 웃돈을 얹어 419달러쯤을 계산한 뒤 이를 420달러로 올려 잡았습니다. 소장에는 그가 420이 더 좋은 기운을 준다고 여겼고, 여자친구가 이 숫자를 재미있어할 거라고 생각했다는 대목까지 적혀 있습니다. 420은 영어권에서 대마초를 가리키는 은어로 널리 알려진 숫자입니다.

물론 머스크 본인은 이런 해석을 줄곧 부인해 왔습니다. 2023년 법정에서 그는 420달러가 농담이 아니었다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사실 회사의 경영권을 사들일 때 기존 주가에 20퍼센트 안팎의 웃돈을 붙이는 건 실무에서 흔한 일입니다. 계산 자체가 터무니없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비상장회사로 전환'이라는 말은 왜 그토록 큰 뉴스였을까요. 상장회사는 주식시장에서 누구나 지분을 사고팔 수 있는 회사입니다. 그 대가로 실적과 주요 사실을 정해진 양식에 맞춰 공개해야 하죠. 비상장으로 돌아간다는 건 시장에 흩어진 주식을 모조리 사들여 소수의 투자자만 남긴다는 뜻이고, 그러려면 어마어마한 현금이 필요합니다. 당시 테슬라의 덩치라면 미국 증시 역사에서 손꼽힐 만한 거래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미국 프리몬트의 테슬라 공장
2011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의 테슬라 공장.Maurizio Pesce · CC BY 2.0 · 위키미디어 공용

그런데 SEC가 정작 문제 삼은 건 가격이 아니었습니다. 소장의 핵심은 두 가지였습니다. 머스크가 420달러라는 가격을 어떤 투자자와도 한 번도 논의한 적이 없었다는 것, 그리고 어느 곳에서도 금액이 정해진 자금 약속을 받아 두지 않았다는 것. 가격은 얼마든지 높게 부를 수 있습니다. 그 가격을 치를 돈이 정말 있느냐가 전혀 다른 문제일 뿐이죠. 문제는 숫자가 아니라 '확보됐다'는 네 글자였던 셈입니다.

트윗 일주일 전, 45분짜리 만남

트윗이 나오기 한 주 전인 2018년 7월 31일. 머스크는 테슬라 최고재무책임자(CFO), 비서실장과 함께 어느 국부펀드 측 인사 세 명을 만났습니다. SEC 소장에 따르면 이 자리는 30분에서 45분가량 이어졌습니다. 상대 쪽 책임자는 이미 테슬라 지분을 5퍼센트 가까이 모아 두었다며, 테슬라를 비상장회사로 만드는 데 관심이 있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그 펀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인 공공투자기금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정해진 거래 조건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얼마를, 어떤 방식으로, 언제까지 넣을지. 주당 가격은 얼마로 할지. 문서로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죠. 머스크는 훗날 법정에서 사우디 펀드 측의 구두 약속을 받았다고 믿었고, 악수로 합의가 된 것이라 생각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믿음과 서류 사이의 이 간격이 사건 전체의 쟁점이 됩니다.

인수합병 실무에서 '자금은 확보됐다'는 말은 훨씬 무겁게 쓰입니다. 은행이나 투자자가 금액과 조건을 적어 서면으로 책임지겠다고 약속한 상태, 금융 쪽에서 '자금조달 확약'이라고 부르는 단계를 가리키죠. 30분짜리 대화에서 관심 있다는 말을 들은 것과, 수백억 달러를 대겠다는 문서를 손에 쥔 것. 그 사이의 거리는 상당히 멉니다. 테슬라를 420달러에 통째로 사들이려면 바로 그만한 돈이 필요했습니다.

결국 비상장 전환은 끝까지 가지 못했습니다. 8월 24일 머스크는 테슬라 블로그에 글을 올려, 주주들과 이야기해 보니 상장회사로 남는 편이 낫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계획을 접었습니다. 트윗에서 철회까지 걸린 시간은 17일. 하지만 그 17일 동안 테슬라 주식을 사고판 사람들의 손익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 돼 있었습니다.

SEC, 소장을 꺼내 들다

2018년 9월 27일, SEC는 뉴욕 연방법원에 머스크를 상대로 증권사기 소송을 냈습니다. 그리고 단 이틀 뒤인 9월 29일, 양측이 합의에 이르렀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소송이 길어지면 CEO 자리마저 흔들릴 수 있었으니, 이 속도에는 양쪽 모두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합의 내용은 가볍지 않았습니다. 머스크가 2,000만 달러, 테슬라가 따로 2,000만 달러. 합쳐서 4,000만 달러를 내고, 이 돈은 피해를 본 투자자들에게 돌아가도록 했습니다. 머스크는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 3년 동안 그 자리에 다시 앉을 수 없게 됐습니다. 테슬라는 사외이사 두 명을 새로 뽑고, 머스크의 투자자 소통을 감독할 독립 이사 위원회를 따로 꾸리기로 했습니다.

SEC가 내세운 법적 근거는 단순합니다. 미국 증권법은 투자자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사실을 거짓으로 말하거나, 핵심을 쏙 빼놓고 말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어디에 올렸는지는 따지지 않습니다. 정식 공시 서류든 기자회견이든 개인 소셜미디어든, 수천만 명이 보는 곳에서 회사의 운명을 말하는 순간 같은 잣대가 적용된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었습니다.

테슬라까지 함께 제재를 받은 이유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SEC는 회사가 CEO의 트윗을 걸러 낼 공시 통제 장치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경영자가 중대한 정보를 아무 때나 개인 계정으로 내보낼 수 있는 구조 자체가 상장회사로서 결함이라는 뜻이었죠. 양측은 혐의를 인정하지도 부인하지도 않는 조건으로 합의했고, 법원은 그해 10월 16일 이 합의를 승인했습니다.

'트위터 보모'를 둘러싼 긴 싸움

합의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조항은 돈이 아니라 절차였습니다. 회사의 중요한 사안에 관한 머스크의 글은 올리기 전에 테슬라 내부 검토를 거쳐야 한다는 조건이었죠. 미국 언론은 여기에 '트위터 보모'라는 별명을 붙였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경영자 가운데 한 명이, 글 하나 올리기 전에 회사 변호인의 확인을 받아야 하는 구조가 생긴 겁니다.

이 조항은 금세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2019년 2월, 머스크가 테슬라의 연간 생산량 전망을 트윗했다가 곧 표현을 바로잡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SEC는 사전 검토를 건너뛰었다며 법원에 법정모욕 판단을 요청했습니다. 양측은 2019년 4월 다시 합의하면서 사전 검토가 필요한 주제를 목록으로 못 박았습니다. 생산량과 판매량, 재무 상태, 새로운 사업, 인수합병 같은 항목들입니다.

이 조항은 다른 상장회사들에게도 조용한 교과서가 됐습니다. 경영자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회사 공시 체계 안으로 어떻게 끌어들일지, 어떤 주제를 내부 검토 대상으로 둘지 고민하는 기업이 늘었습니다. 한국에서도 경영진의 개인 발언이 주가를 흔든 일이 적지 않았으니,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읽히지는 않습니다.

머스크는 그 뒤로도 이 조항을 풀어 달라며 법정에서 다퉜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묶는다는 주장이었습니다. 하지만 2023년 5월 제9연방항소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2024년 4월 29일에는 연방대법원이 그의 상고를 심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2018년 그가 스스로 동의하고 서명한 조건은 그대로 남았습니다.

배심원 아홉 명, 두 시간의 결론

규제기관과의 합의로 사건이 끝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 트윗 때문에 손해를 봤다는 주주들이 집단소송을 냈고, 재판은 2023년 1월 17일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서 열렸습니다. 재판장은 에드워드 첸 판사. 규제기관이 벌금으로 정리한 사안을, 이번에는 평범한 시민으로 꾸려진 배심원단이 다시 들여다보는 자리였습니다.

머스크는 직접 증인석에 앉았습니다. 사우디 펀드가 지원할 거라고 믿을 근거가 있었고, 필요하면 자신이 가진 스페이스X 지분을 팔아서라도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트위터의 글자 수 제한 때문에 설명이 짧아졌다는 이야기도 법정에서 나왔습니다. 변호인단의 논리는 간단했습니다. 판단을 잘못한 것이 곧 사기는 아니라는 것. 잘못 내다본 것과 일부러 속인 것은 다르다는 주장이었습니다.

2023년 2월 3일, 배심원 아홉 명은 두 시간이 채 안 되는 논의 끝에 머스크와 테슬라에게 책임이 없다고 만장일치로 평결했습니다. 머스크는 배심원단의 만장일치 결론에 깊이 감사한다고 밝혔고, 주주 측 변호인은 평결에 실망했다며 다음 절차를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4년 반을 끈 사안이 두 시간 만에 정리된 셈입니다.

주주 측이 넘어야 할 벽은 '거짓말이었다'는 것만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그 말 때문에 자신이 실제로 손해를 봤다는 인과관계까지 증명해야 했습니다. 그 17일 동안 테슬라 주가는 오르고 내리고 다시 출렁였습니다. 어느 손실이 트윗 탓인지 가려내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까다로웠죠. 집단소송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자주 부딪히는 벽이 바로 이 인과관계 입증입니다.

그래서 이 사건의 결론은 한 줄로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규제기관과는 4,000만 달러와 의장직을 내놓는 조건으로 합의했고, 민사 배심원단은 투자자를 속인 책임까지는 없다고 봤습니다. 같은 아홉 단어를 두고 두 갈래의 결론이 나란히 남은 겁니다. 시장에서 벌어진 일을 법이 뒤늦게 다시 짜 맞출 때 흔히 생기는 풍경이기도 합니다.

아홉 단어가 남긴 질문들

'자금은 확보됐다'는 말은 그 뒤 인터넷에서 하나의 밈이 됐습니다.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다 끝난 것처럼 말하는 상황을 비꼴 때, 사람들은 지금도 이 표현을 꺼냅니다. 농담처럼 쓰이지만 원래 자리에서 이 말은 거대한 돈이 실제로 움직인다는 신호였습니다. 신호와 농담이 얼마나 가까이 붙어 있는지, 이 사건이 보여 줬습니다.

개인투자자에게 가장 실질적인 메시지는 정보에도 단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검토 중이다', '합의했다', '계약서에 서명했다'. 한국어로도 영어로도 비슷하게 들리지만 법적인 무게는 전혀 다릅니다. 유명 경영자의 글 한 줄이 올라왔을 때 그게 어느 단계의 이야기인지 확인하는 습관. 시장이 흥분할 때 가장 먼저 사라지는 습관이기도 합니다.

가장 비싼 값을 치른 사람이 누구였는지도 생각해 볼 만합니다. 벌금 4,000만 달러는 회사에도 개인에게도 큰돈입니다. 하지만 그 17일 사이 치솟은 값에 주식을 샀다가 며칠 뒤 떨어진 값에 정리한 투자자들의 손실은 어디에도 따로 집계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의 한 문장이 만든 출렁임 속에서, 실제로 돈을 넣고 뺀 사람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습니다.

속도의 문제도 있습니다. 2018년 그날, 트윗 한 줄이 시장에 퍼지는 데는 몇 초면 충분했습니다. 그 말이 사실이었는지 배심원단이 판단하기까지는 4년 반이 걸렸습니다. 사고파는 결정은 앞쪽 몇 초의 속도로 내려지고, 검증은 뒤쪽 몇 년의 속도로 이뤄집니다. 이 시차를 안고 뛰어드는 것이 어떤 성격의 선택인지는 각자 따져 볼 문제입니다.

공식 창구가 왜 있는지도 다시 떠올려 볼 만합니다. 상장회사가 중요한 사실을 정해진 절차로 공시하게 한 제도는 번거로워 보입니다. 하지만 그건 누구나 같은 정보를 같은 시점에 받게 하려는 장치입니다. 이 사건 이후에도 경영자 개인 계정의 한마디가 시장을 흔드는 일은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2018년의 그 오후가 다시 불려 나옵니다. 아홉 단어가 던진 질문에, 시장은 아직 답을 다 내놓지 못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