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스탑, 그 겨울에 실제로 벌어진 일
2026-09-08 · 7분 읽기
2021년 1월 28일 목요일 아침, 미국의 한 게임 소매업체 주식이 장중 483달러에 거래됐습니다. 사흘 동안 약 530퍼센트 오른 값이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날 오후, 이 주식은 44퍼센트 넘게 떨어진 193.60달러에 장을 마쳤습니다. 하루 안에 천국과 지옥이 모두 지나간 셈입니다.
주인공은 게임스탑입니다. 불과 아홉 달 전인 2020년 4월만 해도 이 회사 주가는 2.57달러까지 내려가 있었습니다. 미국 전역의 쇼핑몰에 매장을 둔 비디오 게임 소매업체였지만, 게임을 디스크로 사는 사람은 빠르게 줄고 있었죠. 다운로드로 사고 구독으로 빌리는 시대에, 중고 게임 디스크를 진열해 둔 가게는 설명하기 어려운 사업이었습니다.

그해 연말에도 주가는 17달러 안팎을 오가는 정도였습니다. 그랬던 주식이 한두 달 뒤 483달러에 거래된 겁니다. 도대체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이 사건은 흔히 '개미가 월가를 이긴 이야기'로 기억됩니다. 영화와 드라마로도 여러 번 만들어졌죠. 그런데 그해 10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내놓은 보고서는 이 통설과 꽤 다른 결론을 담고 있었습니다. 무엇이 실제로 있었고 무엇이 나중에 덧붙은 이야기인지, 날짜와 숫자를 따라가 보면 인상이 꽤 달라집니다.
있는 주식보다 더 많이 팔린 주식
이야기는 공매도에서 출발합니다. 공매도란 주식을 빌려서 먼저 팔고, 나중에 값이 떨어지면 싸게 되사서 갚는 거래입니다. 값이 내려가면 그 차이만큼 벌고, 값이 오르면 더 비싸게 되사야 하니 손해를 봅니다.
여기에는 무서운 비대칭이 숨어 있습니다. 주식을 산 사람은 최악의 경우에도 넣은 돈만 잃습니다. 하지만 공매도를 한 사람은 다릅니다. 주가가 오르는 데에는 끝이 없으니, 손실에도 끝이 없습니다.
2021년 1월 22일 기준, 게임스탑에 쌓인 공매도 물량은 시장에서 실제로 거래되는 주식 수의 약 140퍼센트였습니다. 100퍼센트를 넘을 수가 있나 싶겠지만, 빌린 주식을 받은 사람이 그 주식을 또 빌려줄 수 있어서 계산상으로는 가능합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공매도 물량이 유통 주식 수를 넘은 경우는 앞선 10년 동안 열다섯 번뿐이었습니다. 그만큼 드문 상태였죠.
이렇게 쌓인 물량은 그 자체로 불씨가 됩니다. 값이 오르기 시작하면 공매도를 한 쪽은 손실을 끊으려고 주식을 되사야 합니다. 그 매수가 값을 또 올리고, 오른 값이 다른 공매도 투자자를 다시 밀어냅니다. 이렇게 되사기가 꼬리를 물며 값을 밀어 올리는 현상을 숏스퀴즈라고 부릅니다. 좁은 문 하나로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려는 상황과 비슷합니다.
월가의 여러 운용사가 게임스탑을 이렇게 보고 있었습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은 2014년에 세워진 헤지펀드 멜빈 캐피털입니다. 이 회사를 이끈 게이브 플로킨은 유명 헤지펀드에서 소비재 주식을 맡다가 독립한 인물로, 게임스탑을 사실상 끝난 사업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 판단 자체는 당시 전문가 다수의 생각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거기에 걸어 둔 돈의 크기, 그리고 같은 방향에 선 사람이 너무 많았다는 점이었습니다.
한 사람의 분석, 그리고 한 사람의 지분
2019년 6월 무렵, 미국 매사추세츠에 사는 서른 몇 살의 금융 자격증 소지자 키스 길이 게임스탑에 약 5만 3,000달러를 넣었습니다. 그는 2020년 7월부터 '로어링 키티'라는 이름으로 유튜브 방송을 시작했고,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 게시판에 자기 계좌 화면을 그대로 올렸습니다.
손실이 커질 때도 숨기지 않았습니다. 빨간 숫자가 가득한 계좌를 그대로 보여 주는 방식은, 그 게시판에서 일종의 보증서처럼 작동했습니다. 적어도 이 사람은 말과 돈이 같은 곳에 있다는 증거였으니까요.
그의 논리는 감이 아니라 숫자였습니다. 회사가 생각보다 현금과 자산을 많이 들고 있다는 점, 새 게임기 세대가 나오면 매출이 한 번 더 살아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쌓여 있는 공매도 물량 자체가 상승의 재료가 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비웃는 댓글이 더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의 분석을 따라 직접 검증해 보는 사람이 게시판에 조금씩 늘어났습니다.
다른 쪽에서는 전혀 다른 성격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온라인 반려동물 용품 회사를 창업해 크게 키운 라이언 코언이 자기 투자회사를 통해 게임스탑 지분을 모으고 있었던 거죠. 2020년 8월에 9퍼센트 가까운 지분이 공개됐고, 12월에는 10퍼센트를 넘겼습니다.
결정적인 날은 2021년 1월 11일입니다. 게임스탑이 코언과 그의 동료 두 명을 이사회에 들인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온라인 유통을 아는 사람들이 경영에 들어온다는 신호였고, 주가는 이때부터 눈에 띄게 움직였습니다. 1월 13일에는 장중 38.65달러까지 올랐습니다.
게시판의 분석과 실제 회사의 변화가 처음으로 같은 방향을 가리킨 순간이었습니다. 여기까지는 비교적 평범한 주식 이야기였죠. 싸다고 본 사람들이 모여 사고, 회사에 변화의 신호가 생기고, 값이 오르는 익숙한 순서였습니다.
1월 마지막 주, 하루하루의 기록
1월 22일 금요일, 게임스탑은 65.01달러로 마감했습니다. 한 주 전과 비교해도 이미 설명하기 어려운 값이었습니다. 주말 동안 게시판의 글은 분석에서 구호로 바뀌어 갔습니다. 공매도 세력을 이기자는 분위기였습니다. 이때부터 이 종목을 사는 일은 투자 판단이면서, 동시에 어느 한 편에 서는 일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1월 25일 월요일, 종가는 76.79달러. 같은 날 중요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멜빈 캐피털이 시타델과 포인트72로부터 모두 27억 5,000만 달러를 수혈받기로 했다는 발표였습니다. 손실이 그만큼 깊다는 걸 스스로 인정한 셈이었고, 게시판은 오히려 더 달아올랐습니다.
1월 26일 화요일, 주가는 하루 만에 92.7퍼센트 뛰어 147.98달러로 마감했습니다. 이날 일론 머스크가 'Gamestonk(게임스톤크)'라는 한 단어와 함께 월스트리트베츠 게시판 링크를 올렸고,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는 더 뛰었습니다. 멜빈 캐피털은 이튿날 공매도 포지션 대부분을 정리했다고 밝혔습니다.
1월 27일 수요일, 종가는 347.51달러였습니다. 이 사태 전체를 통틀어 가장 높은 종가입니다. 이어 1월 28일 목요일, 장이 열리기 전 주가는 한때 500달러를 넘겼고 장중 고점은 483달러였습니다. 1월 25일부터 사흘 사이 상승률은 약 530퍼센트였습니다.
그런데 같은 1월 28일의 종가는 193.60달러였습니다. 전날보다 44.3퍼센트 떨어진 값입니다. 그날 아침 고점 근처에서 산 사람은 장이 닫힐 때 이미 투자금의 절반 이상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추락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2월 2일 종가는 90달러선. 고점에서 80퍼센트 넘게 빠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엿새였습니다.
로빈후드가 '매수' 버튼을 막은 날
1월 28일 오전 5시 11분, 미국의 증권 결제를 맡는 기관이 수수료 없는 주식 거래 앱 로빈후드에 통보를 보냈습니다. 담보가 약 30억 달러 부족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통보를 이해하려면 결제 구조를 잠깐 알아야 합니다. 주식을 사고팔면 돈과 주식이 실제로 주인을 바꾸기까지 며칠이 걸립니다. 그사이 사고가 나지 않도록 증권사는 결제기관에 담보를 맡겨 둬야 하죠. 그런데 주가가 극단적으로 출렁이면, 맡겨야 할 담보도 함께 치솟습니다.
그날 로빈후드는 게임스탑과 AMC, 블랙베리, 노키아 등 몇몇 종목의 매수 주문을 막았습니다. 팔 수는 있지만 살 수는 없는 상태였습니다. 담보를 댈 수 없어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었습니다. 실제로 같은 기간 미국 결제 시스템 전체가 요구한 담보 총액은 260억 달러에서 335억 달러로 뛰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이 받아들인 메시지는 전혀 달랐습니다. 값이 오를 때 개미는 못 사게 막고, 기관에게는 길을 열어 줬다는 것이었죠. 로빈후드는 1월 29일 10억 달러를 급히 끌어왔고, 1월 31일부터 제한을 단계적으로 풀었습니다. 그래도 2월 2일까지 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된 집단소송은 서른네 건에 이르렀습니다.
2021년 2월 18일,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가 청문회를 열었습니다. 제목은 '게임 스톱드(Game Stopped)', 게임이 멈췄다는 말장난이었습니다. 키스 길, 로빈후드의 블라드 테네브, 멜빈 캐피털의 게이브 플로킨, 시타델의 켄 그리핀, 레딧의 스티브 허프먼이 함께 증언대에 섰습니다. 개인 유튜버와 거대 운용사 대표가 같은 자리에 불려 나온 장면부터가 전례 없는 일이었습니다.
가장 많이 인용된 말은 키스 길의 첫 문장이었습니다. '저는 고양이가 아니고, 기관투자자도 헤지펀드도 아닙니다. 게임스탑에 투자한 것과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린 것은 제 스스로 조사하고 분석한 결과였습니다.'
로빈후드를 상대로 한 소송들은 이후 상당 부분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2022년 1월에는 과실과 신의성실 의무 위반을 다툰 청구가 기각됐고, 시타델과 짜고 막았다는 주장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정말 숏스퀴즈였을까
2021년 10월, SEC 실무진이 이 사태를 정밀하게 뜯어본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결론은 널리 퍼진 이야기와 결이 달랐습니다. 공매도 투자자들의 되사기가 가격을 끌어올린 구간은 분명 있었지만, 전체 매수 물량에서 차지한 비중은 작았다는 것입니다.
보고서는 몇 주에 걸친 상승을 떠받친 것이 되사기가 아니라 '긍정적인 심리'였다고 적었습니다. 공매도 세력을 혼내 주려 했든 회사의 미래를 믿었든, 결국 그냥 사려는 사람이 아주 많았다는 뜻이죠.
당시 많이 거론된 '감마 스퀴즈'도 보고서에서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옵션 거래가 연쇄적으로 주식 매수를 부른다는 설명인데, 그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겁니다. 1월 말 폭증한 옵션 거래가 상승에 거는 쪽보다 하락에 거는 쪽에 더 쏠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증권사들의 거래 제한에 대해서도 보고서는 결제기관의 담보 요구 때문이었다고 판단했습니다. 헤지펀드와 짜고 막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 결론이 그때 돈을 잃은 개인투자자들의 분노까지 풀어 주지는 못합니다. 제도가 설계대로 돌아갔다는 것과, 그 제도가 공정하게 느껴졌느냐는 서로 다른 질문이니까요. 실제로 이 사태 뒤 미국에서는 주식 결제 기간을 줄이자는 논의가 본격화됐고, 결제 주기는 실제로 짧아졌습니다.
공매도 쪽의 피해는 분명했습니다. 멜빈 캐피털은 1월 한 달 동안 운용 자산의 53퍼센트를 잃었고, 2021년 한 해 전체로도 손실을 냈습니다. 2022년 5월 18일, 플로킨은 투자자들에게 펀드를 접고 남은 돈을 돌려주겠다고 알렸습니다. 게시판에 모인 개인들이 대형 헤지펀드 하나를 문 닫게 만든 셈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돈을 잃은 개인 역시 셀 수 없이 많았습니다.
그 겨울이 남긴 것
이 소동에서 가장 확실하게 이득을 본 쪽은 따로 있었습니다. 게임스탑이라는 회사 자체입니다. 회사는 높아진 주가를 활용해 새 주식을 찍어 자금을 모았고, 그 돈으로 빚을 갚았습니다.
2024년 5월 키스 길이 다시 글을 올려 주가가 하루 만에 74퍼센트 오르자, 회사는 그 기회에도 주식을 팔아 현금을 쌓았습니다. 열광이 고스란히 회사 금고로 흘러 들어간 구조였죠. 빚 없는 회사가 되자, 곧 망할 것이라는 전제 위에 서 있던 공매도의 논리도 함께 약해졌습니다.
반대로 가장 비싼 값을 치른 쪽은 가장 늦게 들어온 개인이었습니다. 1월 28일 아침 483달러 근처에서 산 사람은, 그날 장이 닫힐 때 193달러를 보고 있었습니다. 같은 사건에 참여했어도 들어온 시점이 며칠, 때로는 몇 시간만 달라도 결과가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결국 승패는 개미와 월가 사이에서 갈리지 않았습니다. 먼저 온 사람과 나중에 온 사람 사이에서 갈렸습니다. 함께 싸웠다는 커뮤니티의 서사와 각자의 계좌에 찍힌 손익은, 전혀 다른 기록으로 남았습니다.
구호와 구조의 차이도 곱씹어 볼 만합니다. 공매도 물량이 유통 주식의 140퍼센트라는 숫자는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었고, 키스 길의 재무 분석도 검증할 수 있는 자료였습니다. 그러나 1월 마지막 주의 게시판을 움직인 것은 그 숫자가 아니라 '함께 간다'는 감각이었습니다. 숫자에서 출발한 판단이 어느 순간 구호로 바뀌는지, 그 경계를 스스로 알아채기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분석을 믿고 들어온 것인지, 분위기를 믿고 들어온 것인지. 결국 가장 중요한 질문은 그것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통념이 나중에 어떻게 굳어지는지도 보여 줍니다. 많은 사람이 기억하는 숏스퀴즈와 감마 스퀴즈라는 설명은 규제기관의 분석에서 상당 부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그 설명이 더 널리 퍼진 건 이해하기 쉽고, 무엇보다 통쾌하기 때문일 겁니다.
시장에서 벌어진 일을 설명하는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장 정확한 이야기와 같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그 겨울의 게임스탑은 다음번 비슷한 장면 앞에서 그 사실을 떠올리게 하는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