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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85만 개는 어디로 갔나

2014년 2월 28일, 일본 도쿄지방법원에 파산 신청서 한 장이 들어왔습니다. 신청인은 마운트곡스. 한때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의 70% 이상을 혼자 처리하던 거래소였습니다. 신청서에 적힌 사유는 짧았습니다. 고객이 맡긴 것과 회사가 가진 것을 합쳐, 비트코인 약 85만 개가 사라졌다는 것.

그런데 이 사건에서 정말 기묘한 대목은 사라진 코인의 양이 아닙니다. 그 도난이 어느 하룻밤에 벌어진 사고가 아니었다는 점, 그리고 그때 시작된 파산 절차가 2026년 현재까지도 끝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12년이 흘렀는데도 아직 돈을 다 나눠 주지 못한 파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출발점부터 남달랐습니다. 이 회사는 금융에서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은행 출신도 증권사 출신도 아닌 사람들이 만든 사이트였고, 처음 다루던 건 돈이 아니라 종이 카드였습니다. 그 사이트가 어느 순간 세계 비트코인 거래의 관문이 됐고, 그 관문이 무너지면서 초기 가상자산 시장의 신뢰도 한동안 함께 무너졌습니다. 그러니 이야기는 카드 게임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카드 교환 사이트가 세계 최대 거래소가 되기까지

마운트곡스(Mt. Gox)라는 이름은 '매직 더 개더링 온라인 익스체인지'의 앞글자를 딴 것입니다. 매직 더 개더링은 1990년대부터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수집형 카드 게임입니다. 이 사이트는 원래 그 카드를 온라인에서 서로 바꾸고 사고팔게 해 주는 곳이었습니다. 미국 개발자 제드 맥케일럽이 2007년 초 도메인을 사들여 만든 서비스였죠.

카드 거래 사업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2010년 7월, 맥케일럽은 비트코인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같은 도메인을 비트코인 거래소로 바꿔 버렸습니다. 당시에는 비트코인을 현금으로 사고팔 수 있는 창구가 거의 없었습니다. 남들보다 일찍 문을 열었다는 이유 하나로, 마운트곡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에서 가장 큰 비트코인 거래소가 됐습니다.

2011년 3월, 맥케일럽은 이 사이트를 일본에 살던 프랑스 출신 개발자 마크 카르플레스에게 넘겼습니다. 그 뒤로도 거래량은 계속 불어났습니다. 전성기에 마운트곡스는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의 70%가 넘는 몫을 혼자 처리했습니다. 카드를 바꾸려고 만든 코드 위에서 세계 비트코인 거래의 대부분이 돌아가고 있었던 셈입니다.

여기서 잠깐, 비트코인을 '맡긴다'는 게 무슨 뜻인지 짚어 보겠습니다. 비트코인은 지갑이라 불리는 곳에 보관되고, 그 지갑을 여는 비밀키를 가진 사람이 곧 주인입니다. 거래소에 코인을 맡긴다는 건, 내 지갑이 아니라 거래소 지갑에 넣어 두고 거래소 장부에 내 몫이 적히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거래소 장부의 숫자와 실제 지갑의 잔액이 맞아떨어지는지가 모든 것의 전제가 됩니다. 마운트곡스에서 어긋나 있던 게 바로 그 전제였습니다.

하룻밤의 도난이 아니었다

마운트곡스 사건은 흔히 '대형 해킹 한 방'으로 요약됩니다. 실제 정황은 그보다 훨씬 서늘합니다. 나중에 블록체인 기록을 추적한 조사에 따르면, 코인은 2011년 무렵부터 조금씩, 그러나 거의 쉬지 않고 빠져나가고 있었습니다.

이런 추적이 가능한 건 블록체인이 모든 송금 기록이 공개된 장부이기 때문입니다. 몇 년이 지난 뒤에도 돈이 언제 어디로 움직였는지 되짚어 볼 수 있습니다.

조사 결과는 두 가지를 말해 줍니다. 2011년 말에 이미, 없어진 양은 수십만 개 단위로 불어나 있었습니다. 그리고 2013년 중반에 이르면 실제로 쓸 수 있는 비트코인이 사실상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조사자들은 마운트곡스가 늦어도 2012년부터 실질적인 지급불능 상태였다고 봤습니다. 고객이 한꺼번에 돌려 달라고 하면 내줄 것이 없는 상태였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그 2년 넘는 시간 동안 사이트는 멀쩡히 돌아갔습니다. 화면에는 잔고가 찍혀 있었고, 출금 신청도 대체로 처리됐습니다. 새로 들어오는 코인으로 앞서 들어온 출금 요청을 메우는 동안에는, 겉으로 아무 일도 없어 보였던 겁니다. 거래량이 계속 늘어난 것이 오히려 구멍을 가려 줬습니다.

조사자들은 이 흐름이 시스템 오류라기보다 의도적인 유출에 가깝다고 판단했습니다. 빠져나간 코인이 다른 거래소를 거쳐 현금으로 바뀐 흔적이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더 중요한 건 범인이 누구였느냐가 아닙니다. 회사가 몇 년 동안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거나, 알고도 알리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2014년 2월, 문이 닫히다

2014년 2월 7일, 마운트곡스가 비트코인 출금을 전면 중단했습니다. 회사의 설명은 기술적 문제였습니다. 송금 기록을 다루는 방식에 결함이 있어 같은 출금이 두 번 처리될 수 있다는 것이었죠. 하지만 그 설명만으로 수십만 개의 빈자리를 메울 수는 없었습니다.

2월 24일, 사이트는 거래를 멈췄고 아예 접속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나흘 뒤인 2월 28일, 회사는 도쿄지방법원에 파산을 신청했습니다. 이때 신고한 부채는 약 65억 엔이었습니다.

도쿄 시부야의 사무용 빌딩 외관
마운트곡스 사무실이 있던 도쿄 시부야의 크로스 오피스 시부야 메디오. 2014년 3월 2일 촬영.Asanagi · CC0 · 위키미디어 공용

함께 발표된 손실은 고객 비트코인 약 75만 개, 회사 보유분 약 10만 개였습니다. 합쳐서 약 85만 개입니다.

3주쯤 뒤인 3월 20일, 회사가 뜻밖의 발표를 내놓았습니다. 2011년 6월 이전에 쓰다가 잊고 있던 옛 지갑에서 비트코인 약 20만 개를 찾았다는 겁니다. 손실은 그만큼 줄어 약 65만 개가 됐습니다.

반가운 소식이었지만, 동시에 섬뜩한 소식이기도 했습니다. 세계 최대 거래소가 자기 금고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뜻이니까요.

그리고 이 20만 개가 훗날 사건의 성격을 통째로 바꿔 놓습니다. 남은 재산이 하나도 없었다면 이야기는 2014년에 끝났을 겁니다. 나눠 줄 게 없는 파산은 계산이 간단하니까요. 그런데 남은 게 있었고, 하필 그것이 그 뒤로 값이 크게 오르는 자산이었습니다. 덕분에 이 파산은 세상에서 가장 오래 끌린 파산 가운데 하나가 됐습니다.

법원이 유죄로 본 것, 무죄로 본 것

대표였던 카르플레스는 2015년 8월 1일 일본에서 체포됐습니다. 재판에서 검찰은 크게 두 갈래로 책임을 물었습니다. 하나는 회사 시스템의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혐의, 다른 하나는 고객 돈을 개인적으로 빼 썼다는 혐의였습니다.

두 혐의의 무게는 전혀 달랐습니다. 앞의 것이 '장부에 손을 댔다'는 이야기라면, 뒤의 것은 '돈을 가져갔다'는 이야기입니다.

2019년 3월, 도쿄지방법원은 둘을 갈라서 판단했습니다. 데이터 조작은 유죄였습니다. 회사 보유액을 실제보다 3,350만 달러어치 많게 기록한 부분이 인정됐습니다. 선고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집행유예란 정해진 기간 안에 다른 죄를 짓지 않으면 실제로 감옥에 가지 않는 처분입니다.

반면 고객 돈을 자기 몫으로 빼돌렸다는 횡령 성격의 혐의에는 무죄가 나왔습니다.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검찰은 무죄 부분에 항소하지 않았습니다. 카르플레스는 유죄 부분을 다투며 항소했지만, 2020년 도쿄고등법원에서 기각돼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의 법적 결말은 어딘가 허전합니다. 65만 개를 실제로 가져간 사람이 누구인지는 법정에서 가려지지 않았습니다. 확정된 건 회사 장부가 사실과 달랐다는 점, 그리고 그에 대한 대표의 책임뿐입니다. 사라진 돈의 크기와 확정된 책임의 크기가 이토록 어긋난 사례는 흔치 않습니다.

값이 올라서 더 꼬여 버린 파산

이제 이 사건 특유의 이상한 국면이 시작됩니다. 보통 파산은 남은 재산을 팔아 현금으로 나눠 주고 끝납니다. 그런데 파산 절차에서 채권액, 즉 돌려받을 돈의 액수는 신청 시점의 가격으로 묶입니다.

마운트곡스에 이 규칙을 적용하면 이상한 일이 생깁니다. 2014년 2월 가격으로 계산한 채권액을 다 갚고 나면, 그 뒤 비트코인 값이 올라 생긴 차액은 피해자가 아니라 파산한 회사 쪽에 남는 구조였습니다.

비트코인 값은 그 뒤 몇 년에 걸쳐 수십 배로 뛰었습니다. 그러자 피해자들이 돌려받을 몫보다 회사에 남는 몫이 훨씬 커지는, 상식에 어긋나는 결과가 예상됐습니다.

2014년부터 2024년까지 비트코인 가격 추이 그래프
2014년 12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10년간의 비트코인 가격 흐름.Wikideas1 · CC0 · 위키미디어 공용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절차는 파산에서 '민사재생'으로 바뀌었습니다. 민사재생은 회사를 정리해 나눠 주는 대신, 법원의 관리 아래 빚을 다시 짜서 갚아 나가는 절차입니다. 핵심은 채권자에게 현금이 아니라 비트코인 그 자체로 돌려줄 길이 열렸다는 데 있었습니다.

2021년 10월 20일, 채권자 투표에서 변제 계획이 99%의 동의로 통과됐습니다. 11월 16일에는 법원 인가가 났습니다. 실제 변제가 시작된 건 2024년 중반이었고, 크라켄과 비트스탬프 같은 다른 거래소들이 창구 역할을 맡았습니다. 관리인 측 발표에 따르면 2025년 3월 기준 약 1만 9,500명이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캐시로 돌려받았습니다.

그래도 아직 끝이 아닙니다. 본인 확인 서류가 모자라거나 절차를 마치지 못한 채권자가 많아, 변제 기한은 2025년 10월 말에서 2026년 10월 말로, 다시 2027년 10월 말로 늘어났습니다. 2025년 10월 기준으로 관리인이 들고 있던 비트코인은 3만 4,689개, 당시 시세로 약 40억 달러 규모였습니다. 2014년에 무너진 거래소의 뒷정리가 12년이 지난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맡긴 돈은 정말 맡겨져 있는가

마운트곡스가 보여 준 첫 번째 사실은, 사고가 아주 조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출금이 막히기 전 2년 넘는 기간 동안 화면 속 잔고는 멀쩡했고, 거래량은 세계 1위였습니다. 밖에서 보이는 정상 작동은 안에 자산이 있다는 증거가 되지 못합니다. 그 증거는 정기적인 외부 검증, 고객 자산을 따로 떼어 보관하는 장치처럼 지루하고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서만 나옵니다.

절차의 시간이 사람의 시간과 다르게 흐른다는 점도 기억할 만합니다. 2014년에 잃은 사람이 2024년에야 일부를 돌려받았고, 그 정리는 지금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법원과 관리인이 게을러서가 아닙니다. 누가 얼마를 맡겼는지 확인하고, 그 사람이 본인임을 증명받는 일 자체가 그만큼 오래 걸립니다. 무언가를 맡길 때는 잘 굴러갈 때의 수익률뿐 아니라, 일이 틀어졌을 때 되찾기까지 걸릴 시간도 함께 따져 봐야 합니다.

'기준 시점'이라는 개념도 이 사건이 남긴 숙제입니다. 파산이든 민사재생이든, 법은 어느 한 날짜에 시간을 멈춰 세우고 계산을 시작합니다. 그날 이후 값이 오르든 내리든 계산 밖의 일입니다. 마운트곡스 채권자들이 비트코인 그 자체로 돌려받기까지 몇 년이 더 걸린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내가 맡긴 것이 물건이 아니라 숫자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은, 평소에는 전혀 보이지 않다가 일이 터진 뒤에야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름의 역설이 남습니다. 한때 세계 비트코인 거래의 대부분을 처리한 곳의 이름은, 원래 '카드 게임 교환소'라는 뜻이었습니다. 다루는 돈이 커진다고 해서 그 안의 구조까지 저절로 튼튼해지지는 않습니다.

12년째 이어지는 이 절차는 지금도 묻고 있습니다. 내가 맡긴 돈이 정말로 거기 맡겨져 있는지 확인하는 일이 왜 그렇게 성가시고, 또 왜 그렇게 중요한지를요.